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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처리 사과 성분 변화 최신 흐름 (플라보노이드, 젤리, 분석)

by ondo-0 2025. 12. 8.

사과 관련 사진
사과

 

사과의 열처리와 숙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플라보노이드 변화를 열처리 효과, 씨 주변 젤리층의 미세구조, 최신 분석 기술로 분석합니다. 온도에 따른 퀘르세틴 계열 변형, 펙틴 분해와 성분 용출, LC-MS/MS 기반 정밀 분석을 식품학·생화학·분석화학 관점에서 심층 해부합니다. 식품 연구자, 영양학자, 기능성 소재 개발자를 위한 과학 기반 가공 성분 분석 콘텐츠입니다.

 

사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 중 하나로, 한국에서도 연간 약 50만 톤이 생산되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약 10kg에 달한다. 사과는 생과로 섭취되는 것 외에도 주스, 잼, 건조 사과, 베이킹 재료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과는 과육과 껍질뿐 아니라 씨 주변의 젤리층(core jelly layer)에도 다양한 식물성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어, 최근 식품학과 영양학 연구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열처리나 숙성 등 가공 과정에서 플라보노이드(flavonoid) 농도와 분포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늘어나며, 식품학과 기능성 소재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플라보노이드는 식물에 널리 분포하는 폴리페놀 화합물로, 항산화, 항염증, 심혈관 보호 등 다양한 생리활성이 보고되어 왔다. 사과에는 퀘르세틴(quercetin), 카테킨(catechin), 에피카테킨(epicatechin), 플로리진(phloridzin) 등이 주요 플라보노이드로 존재한다.

 

최근에는 사과 미세조직을 세부 부위별로 나누어 성분 변화를 측정하는 정밀 분석 연구가 등장해 기존의 '생과일 중심 이해'를 넘어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연구들은 사과 전체 또는 과육과 껍질의 대략적 구분만으로 성분을 분석했지만, 현대의 고도화된 분석 기술은 씨 주변 젤리층, 과육의 외층과 내층, 껍질의 상피와 하피 등을 미세하게 분리하여 각각의 성분 프로파일과 가공 중 변화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사과 가공 과정, 특히 열처리와 숙성이 플라보노이드 성분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다. 첫째, 열처리가 플라보노이드의 화학적 안정성과 분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둘째, 씨 주변 젤리층의 독특한 미세구조와 성분적 특성이 가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셋째, 최신 분석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이러한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고 해석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다룬다. 이를 통해 사과 가공의 과학적 기반을 이해하고, 기능성 식품 개발과 품질 최적화를 위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열처리와 플라보노이드 변화

사과에 열을 가하면 플라보노이드의 안정성과 분포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한다. 이 변화는 단순히 '증가' 또는 '감소'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생화학적·물리화학적 과정의 결과다. 플라보노이드는 온도에 따라 일부는 분해되고, 일부는 세포벽 조직이 느슨해지면서 더 쉽게 검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적 효과를 이해하려면 열처리의 여러 메커니즘을 개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 메커니즘은 열분해(thermal degradation)다. 플라보노이드는 방향족 고리 구조와 수산기(-OH)를 가진 유기 화합물로, 고온에서 산화적 분해를 겪을 수 있다. 특히 퀘르세틴 계열은 고온에서 구조가 부분적으로 변형될 수 있다. 퀘르세틴의 C-고리가 개열되거나, 배당체(glycoside) 형태에서 당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가수분해가 일어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100°C 이상의 고온에서 30분 이상 가열하면 퀘르세틴 함량이 초기 대비 20~40% 감소할 수 있다. 이는 C-고리의 산화적 개열과 중합 반응 때문이다.

 

그러나 온도와 시간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60~90°C 범주에서 가열할 때는 열분해보다 다른 효과가 우세할 수 있다. 이 온도 범위는 많은 식품 가공 과정(저온 살균, 블랜칭, 저온 베이킹)에 해당한다. 최근 연구들은 이 범위에서 가열할 때 플라보노이드가 단순히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파괴에 따른 '추출 용이성 증가(extraction efficiency enhancement)'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번째 메커니즘은 세포벽 분해와 성분 방출이다. 사과의 플라보노이드는 세포벽과 결합하거나 세포 내 액포(vacuole)에 저장되어 있다. 생사과를 그대로 분석하면 이러한 결합된 플라보노이드를 모두 추출하기 어렵다. 그러나 열처리는 세포벽의 주성분인 펙틴과 셀룰로스를 부분적으로 분해하여 구조를 느슨하게 만든다. 펙틴은 약 60~80°C에서 가용화(solubilization)되기 시작하며, 이는 세포벽의 견고성을 약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이전에는 단단히 결합되어 있던 플라보노이드가 용매로 더 쉽게 추출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중 작용 때문에 열처리 사과의 플라보노이드 수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실제 체내 작용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보다는 가공 전후의 실험적 농도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 사과를 80°C에서 20분간 가열한 후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을 측정했을 때, 생사과보다 15%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플라보노이드가 '생성'된 것이 아니라, 열처리로 인한 세포벽 파괴로 추출 효율이 증가한 결과다. 생사과에도 같은 양의 플라보노이드가 있었지만, 견고한 세포벽에 갇혀 있어 측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세 번째 메커니즘은 배당체에서 비배당체로의 전환이다. 사과의 플라보노이드는 대부분 배당체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퀘르세틴-3-글루코사이드, 퀘르세틴-3-람노사이드 등이다. 당 부분이 붙어 있는 배당체는 수용성이 높고 안정적이지만, 생체 이용률은 비배당체(aglycone)인 퀘르세틴 자체보다 낮을 수 있다. 열처리 중 가수분해 효소나 산성 조건이 작용하면 당 부분이 떨어져 나가 비배당체가 증가할 수 있다. 특정 처리 조건에서는 이러한 가용화가 증가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70~90°C의 약산성 조건(pH 45, 사과의 자연 pH)에서 30~60분 가열하면 배당체의 10~20%가 비배당체로 전환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네 번째 메커니즘은 매트릭스 효과(matrix effect)의 변화다. 플라보노이드는 사과의 다른 성분들(펙틴, 단백질, 유기산, 당류)과 상호작용한다. 열처리는 이러한 매트릭스를 변화시켜 플라보노이드의 안정성과 용해도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펙틴이 분해되면 플라보노이드-펙틴 복합체가 해리되어 유리 플라보노이드가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단백질 변성(denaturation)은 플라보노이드와 새로운 결합을 형성하여 일부를 불용성화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메커니즘은 산화 반응이다. 열처리 중 산소가 존재하면 플라보노이드는 산화되어 퀴논(quinone) 구조로 변할 수 있다. 이는 갈변(browning) 반응과도 연관된다. 특히 폴리페놀 산화효소(PPO)가 활성화되는 60~70°C 범위에서 효소적 산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더 높은 온도(90°C 이상)에서는 효소가 불활성화되어 효소적 산화는 멈추지만, 비효소적 산화는 계속될 수 있다.

 

또한 씨 주변 젤리층은 조직 구조가 일반 과육과 달라, 열전달 속도와 미세 성분의 이동 방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젤리층은 수분 함량이 높고(약 85~90%), 펙틴과 다당류가 풍부한 겔 형태의 조직이다. 이러한 구조는 열전달 속도를 변화시킨다. 겔 구조는 대류(convection)보다는 전도(conduction)를 통해 열이 전달되므로, 가열 속도가 과육보다 느릴 수 있다. 동시에 수분 함량이 높아 증발 냉각 효과도 크다. 결과적으로 같은 외부 온도에서도 젤리층의 실제 도달 온도는 과육보다 낮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젤리층에서 특정 플라보노이드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검출되는 사례도 보고되는데, 이러한 현상 역시 성분 강화라기보다 '열처리로 인한 미세조직 변화와 분리 용이성 증가'로 해석된다. 2020년 한국식품연구원의 연구에서 사과를 70°C에서 30분간 가열한 후 젤리층과 과육을 분리하여 플라보노이드를 분석한 결과, 젤리층에서 퀘르세틴 함량이 과육보다 약 35%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생사과의 동일 부위를 더 강력한 추출 방법(효소 처리 + 초음파 추출)으로 분석하면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는 젤리층의 열처리 효과가 주로 추출 용이성 증가임을 시사한다.

 

최근 분석 장비가 고도화되면서 HPLC(High-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와 LC-MS/MS(Liquid Chromatography-tandem Mass Spectrometry,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 기반 정량 연구가 늘고 있으며, 플라보노이드 전구체가 열을 통해 어떤 대사성 변화 패턴을 보이는지 추적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LC-MS/MS를 사용하면 퀘르세틴-3-글루코사이드와 퀘르세틴-3-람노사이드를 개별적으로 정량할 수 있으며, 각각이 열처리 중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한 연구는 80°C 가열 시 글루코사이드가 람노사이드보다 2배 빠르게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글루코사이드의 당 결합이 더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열처리 온도와 시간의 조합에 따른 '온도-시간 프로파일(time-temperature profile)'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짧은 시간의 고온 처리(예: 100°C, 5분)와 긴 시간의 저온 처리(예: 70°C, 30분)는 총열량(heat input)이 비슷해도 플라보노이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저온 장시간 처리가 플라보노이드 보존에 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열 방법도 중요하다. 끓는 물에 담그기(boiling), 찌기(steaming), 전자레인지(microwaving), 오븐 굽기(baking)는 모두 다른 열전달 메커니즘을 가지며, 플라보노이드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연구에 따르면 전자레인지는 불균일한 가열로 인해 일부 부위에서 과도한 온도 상승이 일어나 플라보노이드 손실이 클 수 있다. 반면 찌기는 비교적 온화하고 균일한 가열로 플라보노이드 보존율이 높다.

 

pH도 중요한 변수다. 사과의 자연 pH는 약 3.3~4.0으로 약산성이다. 이 pH에서 일부 플라보노이드 배당체는 가수분해되기 쉽다. 만약 레몬즙 등으로 pH를 더 낮추면(pH 2~3) 가수분해가 가속화될 수 있다. 반대로 알칼리 조건(pH 7 이상)에서는 플라보노이드가 급격히 산화되어 분해된다.

 

산소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 진공 포장이나 질소 치환 후 가열하면 산화를 최소화하여 플라보노이드 보존율을 높일 수 있다. 반면 공기 중에서 가열하면 산화 손실이 증가한다.

 

결국 열처리의 플라보노이드에 대한 영향은 온도, 시간, 방법, pH, 산소, 조직 구조, 초기 플라보노이드 형태 등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 결과다. 이를 단순히 '열처리하면 플라보노이드가 감소한다' 또는 '증가한다'로 일반화할 수 없다. 각 가공 조건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며, 측정 방법(추출 프로토콜, 분석 기법)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 젤리층의 미세구조와 성분적 특성

사과 씨 주변에 존재하는 젤리층은 과육과 달리 점질의 펙틴·갈락토스 기반 다당류가 높은 비율로 포함되어 있어 열처리에 대한 반응이 뚜렷하다. 이 부위는 식물학적으로 '내과피(endocarp)'와 '중과피(mesocarp)'의 경계 영역으로, 발생학적으로 씨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기능을 가진다. 젤리층의 독특한 조성과 구조는 가공 중 특별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먼저 젤리층의 조성을 자세히 살펴보자. 젤리층은 수분 함량이 약 85~92%로 매우 높다. 고형분 중 약 40~60%가 다당류, 특히 펙틴과 헤미셀룰로스다. 펙틴은 갈락투론산(galacturonic acid)이 α-1,4 결합으로 연결된 고분자로, 메틸 에스테르화 정도(degree of methylation)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사과 젤리층의 펙틴은 고메톡실 펙틴(high-methoxyl pectin, 에스테르화도 50% 이상)으로, 산성 조건과 당류 존재 하에 겔을 형성하는 특성이 있다. 이 외에 갈락토스, 아라비노스, 자일로스로 구성된 펙틴 측쇄(side chain)도 풍부하다.

 

이 부위는 물성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열을 가하면 구조가 쉽게 풀리고, 다양한 성분이 용출되는 특성이 있다. 60°C 이상에서 펙틴의 메틸 에스테르 결합이 가수분해되기 시작하며, 이는 펙틴의 겔 강도를 약화시킨다. 70~80°C에서는 펙틴 분자 간 가교 결합이 끊어지고, 겔 네트워크가 부분적으로 붕괴된다. 90°C 이상에서는 펙틴 주쇄까지 분해되어 저분자화(depolymerization)가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은 젤리층의 물성을 점진적으로 '견고한 겔 → 부드러운 겔 → 점성 용액'으로 변화시킨다.

 

젤리층은 일반 과육에 비해 플라보노이드와 유기산 함량이 미량 높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2019년 폴란드 농업대학교 연구에서 15개 사과 품종의 젤리층과 과육을 분리하여 분석한 결과, 젤리층의 총 폴리페놀 함량이 과육보다 평균 8~15% 높았다. 플라보노이드 중에서도 특히 플로리진(phloridzin)이 젤리층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약 25~40% 높음). 플로리진은 사과에 특이적인 디하이드로찰콘(dihydrochalcone) 계열 플라보노이드로, 뿌리와 씨 주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유기산 중에서는 말산(malic acid)이 젤리층에서 약간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젤리층이 대사적으로 활발한 조직이며, 산을 축적하는 생리적 기능을 가지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만 절대적 크기는 작아서(5~15%), '영양적 우위'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가열 과정에서 펙틴 분해가 동반될 때 특정 성분이 더 잘 검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영양적 우위'를 의미하지 않고, 젤리층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준이다. 펙틴 네트워크가 붕괴되면 그 안에 포획되어 있던 플라보노이드, 유기산, 미네랄 등이 방출되어 추출 용매로 쉽게 이동한다. 따라서 열처리 후 젤리층에서 측정된 높은 성분 함량은 '생성' 또는 '농축'이 아니라 '추출 효율 증가'로 해석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젤리층 단독으로 성분을 분리하여 숙성·건조·열처리 등 다양한 조건을 적용한 뒤 조직 변화와 성분 이동을 추적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 연구는 사과 젤리층을 분리하여 25°C에서 7일간 숙성시킨 후 분석했다. 숙성 중 펙틴 메틸 에스테라제(pectin methylesterase, PME)라는 효소가 펙틴의 메틸 에스테르를 가수분해하여 저 메톡실 펙틴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젤리층의 겔 강도를 약화시키고, 칼슘 이온과의 결합을 증가시켰다. 동시에 세포벽 결합 플라보노이드가 일부 유리되어 추출 가능한 형태로 전환되었다.

 

특히 숙성과 가열을 순차적으로 적용했을 때 펙틴 분해 효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다른 섬유질 기반 성분이 용출되는 비율도 달라지는 패턴이 보고되어 주목된다. 같은 연구에서 숙성 후 70°C에서 30분 가열한 젤리층은 숙성 없이 바로 가열한 것보다 총 폴리페놀 추출량이 약 28% 높았다. 이는 숙성 중 효소적 변화가 세포벽을 '미리 느슨하게' 만들어, 이후 열처리의 효과를 증폭시킨 결과다. 이러한 '2단계 처리(two-step processing)'는 식품 가공에서 성분 추출을 최적화하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사과 부산물을 기능성 소재로 활용하려는 식품 개발 분야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사과 가공 산업에서는 연간 막대한 양의 부산물(껍질, 씨, 코어)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과 가공 부산물은 연간 약 300만 톤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동물 사료나 퇴비로 사용되거나 폐기된다. 그러나 이 부산물에는 여전히 상당량의 생리활성 성분이 남아 있다. 젤리층의 펙틴은 겔화제, 유화제, 식이섬유 소재로 활용 가능하며,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 보충제나 기능성 식품 원료로 개발될 수 있다.

 

젤리층의 특수한 미세구조가 열처리 후 어떤 식품적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젤리층 유래 펙틴은 과육 유래 펙틴보다 겔화 특성이 우수하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분자량 분포와 측쇄 조성의 차이 때문이다. 또한 젤리층에 풍부한 프로토펙틴(protopectin, 세포벽에 결합된 불용성 펙틴)은 적절한 효소 처리나 산 가수분해를 통해 고품질 가용성 펙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젤리층의 미네랄 조성도 흥미롭다. 칼륨, 칼슘, 마그네슘이 과육보다 약간 높은 경향이 있으며, 이는 펙틴과의 결합 때문이다. 열처리는 이러한 미네랄-펙틴 복합체를 해리시켜 생체이용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조직학적으로 젤리층은 과육보다 세포 크기가 작고 세포벽이 두껍다. 이는 기계적 강도와 보호 기능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열처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두꺼운 세포벽은 펙틴 함량이 높다는 의미이므로, 열분해 시 더 극적인 변화를 보인다. 주사전자현미경(SEM) 관찰 연구에 따르면, 젤리층을 80°C에서 20분 가열하면 세포벽이 부풀어 오르고(swelling), 세포 간 공간이 확대되며, 일부 세포벽이 붕괴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성분의 물리적 이동을 촉진한다.

 

젤리층의 효소 활성도 중요하다. 폴리페놀 산화효소(PPO), 퍼옥시다제(peroxidase, POD), 펙틴 메틸 에스테라제(PME) 등이 젤리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활성을 보인다. 이들 효소는 숙성과 가공 중 성분 변화를 매개한다. 적절한 블랜칭(blanching) 처리로 효소를 불활성화하면 후속 가공 중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갈변, 과도한 연화)를 방지할 수 있다.

 

3. 성분 분석 기술 발전과 연구 흐름

최근 사과 성분 연구는 '전체 과일 단위'가 아니라, 씨 주변·젤리층·과육·껍질 등 미세 부위별 분리 후 성분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석 기술의 비약적 발전 덕분이다. 과거에는 사과를 통째로 또는 대략적으로 과육과 껍질로 나누어 분석했지만, 현대 기술은 밀리미터 단위의 미세 부위를 분리하고, 개별 화합물을 나노그램 수준에서 정량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LC-MS/MS(Liquid Chromatography-tandem Mass Spectrometry) 기반의 초고분리 분석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플라보노이드의 미세한 변형·결합 형태·가용화 패턴 등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LC-MS/MS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로 복잡한 혼합물을 분리한 후, 질량 분석계로 각 성분의 분자량과 구조를 확인하는 기법이다. 탠덤(tandem) 질량 분석은 선택된 이온을 한 번 더 쪼개어(fragmentation) 구조 정보를 얻는 과정으로, 매우 유사한 화합물도 구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퀘르세틴-3-글루코사이드와 퀘르세틴-3-갈락토사이드는 모두 같은 분자식(C21 H20 O12)과 분자량(464)을 가지지만, 당 부분의 입체 구조가 다르다. 전통적 HPLC로는 이 둘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지만, LC-MS/MS는 fragmentation 패턴의 차이로 명확히 구별할 수 있다. 이는 열처리 중 특정 배당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정밀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

 

UHPLC(Ultra-High 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는 더욱 미세한 입자(2㎛ 이하)의 충진제를 사용하고 고압(1,000 bar 이상)으로 작동하여, 기존 HPLC보다 분리 능력과 속도를 크게 향상했다. 이로써 사과 추출물의 수백 개 화합물을 30분 이내에 분리·정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가열 속도, 수분 함량, 숙성 기간 등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 성분 변화를 실험하는 모델링 연구도 많아졌다. 통계적 실험 설계(Design of Experiments, DOE) 방법론, 특히 반응표면분석법(Response Surface Methodology, RSM)을 사용하여, 여러 변수의 최적 조합을 찾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도(60100°C), 시간(1060분), pH(3~5)를 독립 변수로 하고,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 항산화 활성, 색도 변화를 종속 변수로 하는 RSM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80°C, 25분, pH 3.5에서 플라보노이드 추출이 최대화된다"는 식의 최적 조건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링은 특정 처리 조건에서 약한 결합 상태의 성분이 증가하는 패턴을 예측하거나, 특정 온도에서 플라보노이드가 구조적으로 안정한 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산업적 공정 최적화에도 활용된다. 사과 주스나 잼을 제조할 때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미생물 안전성을 확보하는 가열 조건을 찾는 데 이러한 모델이 사용된다.

 

또한 최근에는 사과의 미세조직을 3D 구조로 재현하여 가공·열처리·압력 변화가 성분 분포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X선 마이크로 CT(micro-computed tomography)와 공초점 레이저 주사 현미경(confocal laser scanning microscopy)을 사용하여 사과 조직의 3D 구조를 수 마이크로미터 해상도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열전달, 물질 확산, 구조 변형을 시뮬레이션하는 계산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한요소법(Finite Element Method, FEM)을 사용하여 사과 조각을 80°C 물에 담갔을 때 내부 온도 분포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그에 따라 플라보노이드 농도가 어떻게 재분배되는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실제 실험 전에 결과를 예측하여, 실험 설계를 효율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영양 비교 목적을 넘어, 사과를 기능성 소재 또는 가공 품질 개선 시 어떤 조건이 더 효율적인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둔다. 연구자들은 "생사과가 좋은가, 익힌 사과가 좋은가"라는 이분법적 질문보다는 "특정 목적(예: 펙틴 추출, 플라보노이드 보존, 항산화 활성 최대화)을 위한 최적 가공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실용적 질문에 답하고 있다.

 

메타볼로믹스(metabolomics) 접근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과의 모든 대사산물(metabolite)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플라보노이드뿐 아니라 유기산, 당류, 아미노산, 지질 등 수천 개의 화합물을 동시에 측정한다.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 PCA)이나 부분 최소제곱 판별 분석(Partial Least Squares-Discriminant Analysis, PLS-DA) 같은 다변량 통계 기법을 사용하여, 가공 조건에 따른 대사체 프로파일의 전체적 변화를 시각화하고 주요 마커 화합물을 찾아낼 수 있다.

 

2022년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팀은 메타볼로믹스를 사용하여 사과를 다양한 온도(60, 80, 100°C)에서 가열했을 때 대사체 변화를 분석했다. 약 500개의 화합물이 검출되었으며, 그중 약 150개가 온도에 따라 유의미하게 변했다. 흥미롭게도 일부 화합물(예: 특정 당-유기산 결합체)은 가열 후 오히려 증가했는데, 이는 가열이 새로운 화학반응(Maillard 반응, 캐러멜화 등)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견은 열처리가 단순히 성분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화합물을 생성하는 복잡한 화학적 변환 과정임을 보여준다.

 

동위원소 추적(isotope tracing) 기법도 사용된다. 탄소-13(¹³C)이나 질소-15(¹⁵N)로 표지 된 화합물을 사과에 공급한 후, 가공 중 이 표지가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변환되는지 추적할 수 있다. 이는 대사 경로를 밝히는 데 유용하다.

 

센서 기술의 발전도 기여하고 있다. 전자코(electronic nose)와 전자혀(electronic tongue)는 사과의 향과 맛을 객관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다. 가공 후 관능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를 연결하여, 소비자 선호도와 성분 프로파일의 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

 

성분의 변화가 건강 효과로 직접 이어진다는 결론은 근거가 부족하므로 연구자들은 '가공 과정에서의 화학적·물리적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과학적 엄밀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태도다. 예를 들어 "열처리 사과가 생사과보다 플라보노이드가 30% 높다"는 측정 결과가 있더라도, 이것이 "열처리 사과가 건강에 더 좋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플라보노이드의 생체이용률, 장내 흡수율, 대사 변환, 조직 분포 등 여러 생리학적 과정을 거쳐야 실제 건강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는 열처리가 플라보노이드의 생체이용률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제안한다. 세포벽 파괴로 방출된 플라보노이드는 장에서 흡수가 더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동물 실험이나 인간 임상 시험으로 검증되어야 하며, 단순히 시험관 내 측정만으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열처리·숙성 등의 가공 과정은 사과 내 플라보노이드와 미세조직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지만, 이는 분석적·화학적 변화일 뿐 특정 건강 효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플라보노이드는 온도에 따라 분해, 변형, 방출, 재결합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이는 단순한 증감으로 설명할 수 없다. 씨 주변 젤리층의 독특한 펙틴 기반 구조는 열처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성분의 추출 용이성과 분포를 크게 변화시킨다.

 

최근 연구는 젤리층의 구조적 특성과 플라보노이드 이동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며, 식품 가공 및 성분 연구의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고 있다. LC-MS/MS, UHPLC, 메타볼로믹스, 3D 조직 시뮬레이션 등 첨단 분석 기술의 발전은 미세 부위별, 개별 화합물별, 시간 경과별 변화를 전례 없이 상세하게 추적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사과 가공의 과학적 이해를 심화시키고, 부산물 활용, 품질 최적화, 기능성 소재 개발 등 실용적 응용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학적 엄밀성과 해석의 신중함이다. 가공 후 측정된 성분 변화가 직접적인 건강 효과를 의미하지 않으며, 추출 효율 증가가 성분 생성이나 강화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생사과와 가공 사과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각 형태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앞으로도 사과의 미세 조직별 성분 변화를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가열 조건·조직 구조·성분 결합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연구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간 영양 연구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시험관 내 측정을 넘어, 실제로 사람이 섭취했을 때 체내 흡수, 대사, 생리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검증하는 임상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사과 가공 과학은 화학적 분석에서 생리학적 이해로, 단일 성분 연구에서 전체 식품 매트릭스 연구로, 그리고 기초 과학에서 실용적 응용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