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mulberry)는 뽕나무(Morus alba, Morus nigra 등)의 열매로,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수천 년 동안 식용 및 약용으로 활용되어 왔다. 뽕나무는 원래 누에 사육을 위한 잠업(sericulture)의 핵심 작물이었지만, 최근에는 오디 자체가 기능성 식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오디 생산량은 연간 약 2,000톤에 달하며, 오디즙, 오디 분말, 오디주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소비되고 있다.
오디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짙은 자주색에서 검은색에 가까운 색상이다. 이 색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수용성 색소 때문이며, 이는 오디의 주요 생리활성 성분 중 하나다. 안토시아닌 외에도 오디에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다양한 폴리페놀 화합물, 비타민 C, 미네랄 등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 식품과학과 영양학 연구는 이러한 성분들의 항산화(antioxidant), 항염증(anti-inflammatory), 세포 보호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학적 엄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디에 대한 많은 대중 정보는 과장되거나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만병통치약", "암 치료", "즉각적인 건강 개선" 같은 주장은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본 글에서는 실제로 연구된 오디의 성분, 그 작용 메커니즘, 그리고 연구의 현재 단계와 한계를 균형 있게 다룬다.
첫째, 오디의 주요 생리활성 성분(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기타 폴리페놀)의 화학적 구조와 특성, 둘째, 이들 성분이 식물에서 어떻게 생합성되고 왜 존재하는지, 셋째,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 결과와 그 한계, 그리고 실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중요한 전제: 이 글은 과학적 교육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오디의 성분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지만, 이것이 질병 치료나 건강 보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해야 하며, 식품이나 보충제가 의학적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1. 오디의 주요 생리활성 성분: 화학 구조와 분포
오디에는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그리고 기타 폴리페놀 화합물이다.
안토시아닌(Anthocyanins)
화학적 특성: 안토시아닌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수용성 색소로, 붉은색, 보라색, 파란색을 나타낸다. 기본 구조는 안토시아니딘(anthocyanidin, 비당 부분)에 하나 이상의 당이 결합된 배당체 형태다. 주요 안토시아니딘으로는 시아니딘(cyanidin), 델피니딘(delphinidin), 페오니딘(peonidin), 펠라고니딘(pelargonidin), 페튜니딘(petunidin), 말비딘(malvidin)이 있다.
오디에서 가장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시아니딘-3-글루코사이드(cyanidin-3-glucoside, C3G)**와 **시아니딘-3-루티노사이드(cyanidin-3-rutinoside)**다. 이들은 오디 총안토시아닌의 70~90%를 차지한다. 시아니딘 계열은 자주색검은색을 띠며, pH에 따라 색이 변한다. 산성에서는 붉은색, 중성에서는 보라색, 알칼리성에서는 푸른색 또는 무색이 된다.
함량: 오디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품종, 성숙도, 재배 조건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신선한 오디 100g당 약 200~500mg 정도다. 건조 오디에서는 수분이 제거되어 농도가 10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 검은 오디(Morus nigra)가 흰 오디(Morus alba의 일부 품종)보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훨씬 높다.
안정성: 안토시아닌은 빛, 열, 산소, pH에 민감하다. 가공과 저장 중 분해되기 쉬워, 오디 제품의 색이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냉동, 진공 포장, 저온 저장은 안토시아닌 보존에 도움이 된다.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화학적 특성: 레스베라트롤은 스틸벤(stilbene) 계열의 폴리페놀로, 두 개의 페놀 고리가 이중 결합으로 연결된 C6-C2-C6 구조를 가진다. 시스(cis) 형과 트랜스(trans) 형 이성질체가 있으며, 트랜스-레스베라트롤이 생물학적으로 더 활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처음 포도(특히 포도 껍질과 씨)와 적포도주에서 주목받았으며,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프랑스인들이 고지방 식단을 먹음에도 심혈관 질환이 적은 현상—를 설명하는 요인 중 하나로 제안되었다. 그러나 뽕나무, 특히 뽕나무 뿌리껍질과 오디에도 레스베라트롤이 존재한다.
함량: 오디의 레스베라트롤 함량은 포도보다 일반적으로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연구에 따르면 오디 100g당 약 0.1~2mg 정도로 보고된다. 그러나 뽕나무의 다른 부위, 특히 뿌리껍질(상백피, Mori Cortex Radicis)에는 오디보다 훨씬 높은 농도(10~50mg/100g)의 레스베라트롤이 함유되어 있다. 뽕나무 뿌리껍질은 전통 한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생합성: 레스베라트롤은 식물이 스트레스(병원균 감염, 자외선 노출, 상처)에 반응하여 생성하는 파이토알렉신(phytoalexin)의 일종이다. 파이토알렉신은 식물의 화학적 방어 물질로, 병원균을 억제하거나 죽인다.
기타 폴리페놀 화합물
오디에는 안토시아닌과 레스베라트롤 외에도 다양한 폴리페놀이 포함되어 있다.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커피에 풍부한 것으로 유명한 페놀산으로, 오디에도 상당량 존재한다. 항산화 작용과 포도당 대사 조절 효과가 연구되고 있다.
루틴(Rutin): 케르세틴(quercetin)의 배당체로, 혈관 강화와 항산화 효과가 알려져 있다.
케르세틴(Quercetin): 광범위한 식물에 존재하는 플라보놀로, 강력한 항산화제다.
카테킨(Catechin)과 에피카테킨(Epicatechin): 녹차에 풍부한 플라바놀 계열로, 오디에도 소량 존재한다.
탄닌(Tannins):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로, 덜 익은 오디에 더 많다.
총 폴리페놀 함량: 오디의 총 폴리페놀 함량은 갈산 당량(gallic acid equivalents, GAE)으로 측정했을 때 신선한 오디 100g당 약 300~800mg으로 보고된다. 이는 블루베리, 블랙베리 같은 다른 베리류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2. 오디 생리활성 성분의 생합성 경로와 식물학적 의미
오디의 생리활성 성분들이 왜 존재하는지 이해하려면 식물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들은 인간의 건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식물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한 2차 대사산물이다.
안토시아닌의 생합성과 기능
생합성 경로: 안토시아닌은 페닐프로파노이드(phenylpropanoid) 대사 경로를 통해 합성된다. 출발 물질은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이며, 여러 효소의 작용을 거쳐 최종적으로 안토시아닌이 된다. 주요 효소로는 PAL(phenylalanine ammonia-lyase), CHS(chalcone synthase), DFR(dihydroflavonol reductase), ANS(anthocyanidin synthase) 등이 있다.
유전자 발현 조절도 중요하다. MYB, bHLH, WD40 같은 전사 인자가 안토시아닌 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환경 요인(빛, 온도, 스트레스)이 이들 전사 인자를 활성화하여 안토시아닌 생산을 증가시킨다.
식물학적 기능: 안토시아닌은 여러 기능을 한다.
- 수분 매개자 유인: 붉은색, 보라색, 파란색은 곤충, 새, 박쥐 같은 수분 매개자를 유인한다. 오디의 짙은 색은 새들에게 "익은 열매가 여기 있다"는 시각적 신호다.
- 씨앗 분산: 새가 오디를 먹고 씨앗을 멀리 배설하면, 뽕나무는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된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이 과정을 촉진한다.
- 자외선 차단: 안토시아닌은 자외선(UV) 빛을 흡수하여 열매 내부의 세포와 씨앗을 보호한다.
- 항산화 보호: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열매가 성숙하는 동안 발생하는 활성산소종(ROS)을 중화하여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
- 병원균 방어: 일부 연구는 안토시아닌이 항균, 항진균 활성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레스베라트롤의 생합성과 기능
생합성 경로: 레스베라트롤은 스틸벤 합성효소(stilbene synthase, STS)라는 효소에 의해 합성된다. STS는 CHS(chalcone synthase)와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 다른 반응을 촉매 한다. 출발 물질은 p-쿠마로 일-CoA와 멜로닐-CoA다.
흥미롭게도 모든 식물이 STS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포도과, 뽕나무과, 소나무과 등 일부 식물 과만 STS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는 레스베라트롤 생산 능력이 진화 과정에서 특정 계통에만 나타났음을 시사한다.
식물학적 기능: 레스베라트롤은 주로 파이토알렉신으로 기능한다.
- 항균 작용: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의 성장을 억제한다. 식물이 병원균에 감염되면 레스베라트롤 생산을 급격히 증가시켜 감염 부위로 축적한다.
- 스트레스 반응: 자외선, 오존, 중금속, 상처 같은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생산이 증가한다.
- 화학적 신호: 식물 간 또는 식물-미생물 간 화학적 신호 전달에 관여할 수 있다.
기타 폴리페놀의 역할
클로로겐산, 루틴, 케르세틴 등 다른 폴리페놀도 유사한 기능을 한다. 항산화, 항균, 자외선 차단, 초식 동물 억제(쓴맛, 떫은맛) 등. 이들은 식물의 '화학적 방어 도구 상자'의 일부로,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는 다층적 전략을 구성한다.
환경 영향: 오디의 생리활성 성분 함량은 재배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 일조량: 햇빛이 많을수록 안토시아닌과 기타 폴리페놀 생산이 증가한다. 이는 자외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 온도: 온화한 온도(15~25°C)가 최적이며, 극단적 고온이나 저온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일부 성분을 증가시킬 수 있다.
- 물 스트레스: 적당한 건조는 폴리페놀 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과도한 가뭄은 식물 성장을 저해한다.
- 토양: 미네랄 함량, pH, 유기물이 식물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 품종: 유전적 차이가 가장 중요하다. 같은 조건에서도 품종에 따라 성분 함량이 2~5배 차이날 수 있다.
3. 오디 생리활성 성분의 과학적 연구 현황: 항산화 작용과 세포 보호 메커니즘
오디의 생리활성 성분, 특히 안토시아닌과 레스베라트롤은 지난 20~30년간 광범위하게 연구되었다. 그러나 연구의 대부분은 시험관 내(in vitro) 실험이나 동물 실험 단계이며, 인간에 대한 효과는 아직 제한적으로만 증명되었다. 과학적 엄밀성을 유지하며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항산화 작용
메커니즘: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종(ROS)을 중화하여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ROS에는 슈퍼옥사이드 라디칼(O₂•⁻), 과산화수소(H₂O₂), 하이드록실 라디칼(•OH) 등이 있으며, 이들은 정상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지만 과도하면 DNA, 단백질, 지질을 손상시켜 세포 노화와 질병을 유발한다.
폴리페놀 화합물은 수산기(-OH)를 가지고 있어, 라디칼에 수소 원자를 제공하여 중화할 수 있다. 또한 금속 이온(철, 구리)을 킬레이트 하여 Fenton 반응(금속 촉매 산화 반응)을 억제한다.
시험관 내 연구: 오디 추출물의 항산화 활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되었다.
- DPPH 라디칼 소거능: DPPH(2,2-diphenyl-1-picrylhydrazyl)는 보라색 라디칼로, 항산화제와 반응하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오디 추출물은 농도 의존적으로 DPPH를 소거하며, IC₅₀(50% 소거에 필요한 농도)은 일반적으로 10~50 μg/mL 범위다.
- ABTS 라디칼 소거능: ABTS(2,2'-azino-bis(3-ethylbenzothiazoline-6-sulfonic acid))는 또 다른 라디칼 지표로, 오디 추출물은 강력한 소거 활성을 보인다.
- FRAP(Ferric Reducing Antioxidant Power): 철 이온 환원력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오디는 높은 환원력을 보인다.
- ORAC(Oxygen Radical Absorbance Capacity): 산소 라디칼 흡수 능력을 측정하며, 오디는 블루베리와 유사한 높은 ORAC 값을 나타낸다.
이러한 시험관 내 항산화 활성은 일관되게 높게 나타나며, 이는 오디의 폴리페놀 함량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세포 실험: 배양 세포에 오디 추출물을 처리하면 ROS 수준이 감소하고,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세포 손상이 완화된다. 예를 들어, H₂O₂로 산화 스트레스를 유도한 세포에 오디 안토시아닌을 처리하면 세포 생존율이 증가하고, 지질 과산화와 DNA 손상이 감소한다.
동물 실험: 쥐 나 마우스에 오디 추출물을 투여하면 혈액과 조직의 항산화 효소(SOD, catalase, GPx) 활성이 증가하고, 지질 과산화 산물(MDA, malondialdehyde)이 감소한다. 이는 생체 내(in vivo)에서도 항산화 효과가 나타남을 시사한다.
인간 연구: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일부 소규모 임상 시험은 오디즙이나 오디 보충제 섭취 후 혈중 항산화 마커가 개선되었다고 보고했지만, 연구 설계(피험자 수, 대조군, 맹검)의 한계로 인해 결론을 일반화하기 어렵다.
항염증 작용
메커니즘: 염증은 면역 반응의 일부지만, 만성 염증은 다양한 질병(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된다. 염증 과정은 NF-κB(nuclear factor kappa B), COX-2(cyclooxygenase-2), iNOS(inducible nitric oxide synthase) 같은 신호 경로와 효소를 포함한다.
폴리페놀은 이러한 염증 매개체의 발현과 활성을 억제할 수 있다.
세포 실험: 대식세포(macrophage)에 LPS(lipopolysaccharide, 세균 독소)를 처리하면 염증 반응이 유도된다. 오디 안토시아닌이나 레스베라트롤을 함께 처리하면 TNF-α, IL-6, IL-1β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산이 감소하고, NF-κB 활성화가 억제된다.
동물 실험: 염증성 질환 동물 모델(예: 대장염, 관절염)에서 오디 추출물 투여는 염증 증상을 완화시킨다. 예를 들어, DSS(dextran sulfate sodium) 유도 대장염 마우스 모델에서 오디 안토시아닌 투여는 장 염증을 감소시키고, 장점막 손상을 완화했다.
인간 연구: 제한적이다. 일부 연구는 베리류(오디 포함) 섭취가 염증 마커(CRP, C-reactive protein)를 낮출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오디 단독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은 부족하다.
심혈관 보호 효과
메커니즘: 안토시아닌과 레스베라트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심혈관 건강을 지원할 수 있다. (1) 항산화 작용으로 LDL 산화를 억제, (2) 혈관 내피 기능 개선, (3) 혈압 감소, (4) 혈소판 응집 억제, (5) 혈관 확장.
동물 실험: 고지방 식이를 먹인 쥐에 오디 추출물을 투여하면 총 콜레스테롤, LDL, 중성지방이 감소하고, HDL이 증가한다. 또한 동맥경화 병변이 감소한다.
인간 연구: 소규모 임상 시험들은 오디 또는 오디 추출물 섭취 후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대부분 단기간(412주), 소수 피험자(2050명)로 진행되어, 장기적 효과와 임상적 의의는 불확실하다.
혈당 조절 효과
메커니즘: 오디의 일부 성분(특히 DNJ, 1-deoxynojirimycin)은 α-글루코시 다제(탄수화물 소화 효소)를 억제하여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할 수 있다. DNJ는 오디보다는 뽕잎에 더 풍부하다.
동물 실험: 당뇨병 동물 모델에서 오디 추출물은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인간 연구: 소규모 연구들은 긍정적 결과를 보였지만, 대규모 검증은 부족하다.
신경 보호 효과
메커니즘: 안토시아닌과 레스베라트롤은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여 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신경세포를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으로부터 보호하고, 신경 가소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제안된다.
동물 실험: 노화 쥐 나 신경독성 모델에서 베리 안토시아닌 투여는 인지 기능과 기억력을 개선했다.
인간 연구: 일부 역학 연구는 베리류 섭취가 많은 사람이 치매 위험이 낮다고 보고했으나, 인과관계는 불확실하다.
항암 연구
주의사항: 이 부분은 특히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항암 효과"는 매우 민감한 주제이며, 과장이나 오해를 피해야 한다.
시험관 내 연구: 다양한 암 세포주(유방암, 대장암, 간암, 폐암 등)에 오디 안토시아닌이나 레스베라트롤을 처리하면 세포 증식이 억제되고, 세포사멸(apoptosis)이 유도되며, 세포 주기가 정지된다. 이는 시험관에서 관찰된 현상이다.
동물 실험: 일부 동물 암 모델에서 오디 추출물이나 레스베라트롤 투여는 종양 성장을 억제했다.
인간에서의 의의: 시험관과 동물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암은 매우 복잡한 질병이며, 식이 성분 하나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 현재까지 오디가 인간의 암을 치료한다는 임상적 증거는 없다. 일부 역학 연구는 폴리페놀이 풍부한 식단이 일부 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이는 전체 식단 패턴의 효과이지 특정 식품의 효과가 아니다.
결론: 오디를 포함한 베리류가 건강에 좋은 식품임은 분명하지만, "암을 치료한다" 또는 "암을 예방한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
4. 연구의 한계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
오디의 생리활성 성분에 대한 연구는 흥미롭고 유망하지만, 여러 한계가 있다.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의 문제
생체이용률은 섭취한 물질이 실제로 혈류에 도달하여 작용할 수 있는 비율이다. 오디의 폴리페놀, 특히 안토시아닌은 생체이용률이 매우 낮다(1~5% 미만). 이유는:
- 소화관에서 분해: 위산, 소화 효소, 장내 미생물이 안토시아닌을 분해한다.
- 낮은 흡수율: 장 상피 세포를 통한 흡수가 제한적이다.
- 빠른 대사: 간에서 메틸화, 글루쿠론화, 황산화되어 구조가 변한다.
- 빠른 배설: 소변으로 빠르게 배출된다.
따라서 시험관에서 사용된 농도(예: 100 μM)를 실제 섭취로 혈액에서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 혈중 안토시아닌 농도는 일반적으로 0.01~1 μM 수준이다.
해결 전략: 나노입자 캡슐화, 리포솜 전달 시스템, 생물학적 변형(발효)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인간 연구의 부족
대부분의 연구가 시험관이나 동물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인간 임상 시험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기존 인간 연구의 문제점:
- 소규모: 10~50명 정도의 피험자.
- 단기간: 4~12주.
- 대조군 부족: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설계가 아닌 경우.
- 혼란 변수: 식단, 생활 습관, 유전적 차이를 통제하지 못함.
대규모, 장기간, 엄격한 설계의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
표준화의 문제
오디는 농산물이므로 성분 함량이 일정하지 않다. 품종, 재배 지역, 기후, 수확 시기, 저장 방법에 따라 안토시아닌 함량이 2~5배 차이 날 수 있다. 이는 연구 결과의 재현성과 제품 품질 관리에 문제가 된다.
해결 전략: 표준화된 추출물(예: "안토시아닌 5% 함유")을 사용하거나, 주요 성분을 정량하여 보고한다.
기전의 불확실성
많은 연구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분자 수준의 작용 기전, 표적 단백질, 신호 경로를 명확히 규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과장 광고와 허위 정보
오디를 포함한 "슈퍼푸드"는 종종 과장된 건강 주장의 대상이 된다. "만병통치약", "암 치료", "노화 역전" 같은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소비자는 비판적 사고를 유지해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출처(학술 논문, 정부 기관, 대학 연구소)의 정보를 찾아야 한다.
실용화 과제
오디를 기능성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려면:
- 효능 입증: 인간 임상 시험으로 효과를 입증.
- 안전성 확인: 장기 섭취 시 부작용, 약물 상호작용 평가.
- 품질 관리: 표준화된 제조 공정, 성분 분석.
- 경제성: 생산 비용 대비 효과.
- 규제 승인: 식약처(MFDS) 등 규제 기관의 승인.
오디(뽕나무 열매)는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다양한 폴리페놀을 포함한 영양학적으로 가치 있는 식품이다. 이들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항염증 활성을 가지며, 시험관과 동물 실험에서 심혈관 보호, 혈당 조절, 신경 보호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보였다. 이는 오디가 건강에 유익한 식품임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과학적 엄밀성을 유지해야 한다. 시험관과 동물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며, 생체이용률, 적절한 용량, 장기적 효과는 아직 불확실하다. 오디는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로 섭취할 때 건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질병 치료나 예방을 보장하지 않는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해야 한다.
오디 연구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생체이용률 향상 기술, 대규모 임상 시험, 작용 기전 규명, 품종 개량, 가공 기술 최적화 등이 진행 중이다. 미래에는 오디 유래 기능성 성분이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겸손과 비판적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 과학은 점진적 과정이며, 하나의 연구 결과가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오디를 즐기되, 과장된 기대는 피하자. 건강한 식단, 규칙적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이러한 기본적 생활 습관이 어떤 "슈퍼푸드"보다 중요하다. 오디는 그러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지원하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